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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와 교육의 과제

강사명 : 정운찬교수
소속 : 서울대전총장

한국의 미래와 교육의 과제 동영상 자막

여러분 만나 뵙게 돼서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 번 오라고 그러시는데 제가 존경하는 저 이세웅 선생님도 계시고 또 김수지 선생님도 계셔서
거역할 수 없어서 왔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대학, 그 중에서 서울사이버대학이 세상에 잘 알려져 있는데
실상을 한 번 보고 싶은 욕심에서도 왔습니다.
와서 보니까 최근에 강영선 박사님하고 또 정영애 선생님이 부총장으로 오셨다고 들었는데
이 분들을 뵈니까 서울사이버대학이 앞으로 더욱더 융성하고 발전할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김수지 총장님이 아무런 제목으로 하라고 그러셨는데 그 때 전화상으로 잘 생각이 안 났으나
편히 말씀을 하시라고 해서 그냥 한국의 미래와 대학의 과제로 하고 싶었는데
사실 여기 말씀 들으시는 분이 어떤 분이신지 잘 몰라서 대학은 그냥 너무 좁아서
한국의 미래와 교육의 과제라는 제목을 드렸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드릴 말씀은 많지 않겠습니다만
제가 한 30-40분 정도 말씀드리고 나머지는 여러분이 문제를 제기하셔서
같이 말씀을 나누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너나 할 것 없이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듯이 한국도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먼저 미래를 생각하려면 과거와 현재를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과거, 특히 지난 1945년 이후의 한 60년 동안에 과거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야말로 지난 60년 동안 한국은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만 제가 그냥 써놓은 거를 말씀드리자면 건국, 6.25 전쟁,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부고속도로 건설, 석유파동, 교육평준화, 12.6 사태와 6.10 항쟁, 88올림픽, OECD 가입, IMF 차관,
남북정상회담, 2002년 월드컵 개최, 대통령 탄핵, 수도이전 위헌 판결 등
참으로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겪었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연세에 따라서 이 사건들을 다르게 이해를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말씀을 드린다면 건국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얼마나 어려웠는지 하는 것을
최근에 KBS 연속방송극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방송이 서울1945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너무 좌편향적이다, 역사인식이 잘못됐다
이런 저평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거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선배들이 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이 나라를 만들었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여튼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는 남의 나라가 1백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40년 만에 달성해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산업화는 영국이 앞섰고 불란서나 독일은 그 당시에 후진국이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만
19세기 초반서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치는 150년 동안 불란서하고 독일이 성장한 것을 보면
150년 동안 경제성장률 전부 합하면 300%가 안 되는데 우리는 60년대 이후 한 40년 동안
연 8% 성장을 했기 때문에 40년 동안 단순 산수합입니다만 경제성장률이 320% 정도였습니다.
이걸 보면 우리가 그 짧은 기간에 성장하느라고 이른바 압축 성장을 하느라고
여러 가지 부작용은 있었습니다만 성장률 자체로 봐가지고는 세계 경제사에 기억될 만한 훌륭한 업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볼 때도 적어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제도가 뿌리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괄목할 만한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많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동안에 고도성장이 일부 대기업의 힘에 의존해온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중산층이 점점 붕괴되고 있고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은 이후
서민들이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자녀 양육에 대한 커다란 부담감으로 인해서 출산을 기피하면서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1위의 저출산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정치적인 면에서도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제도적인 민주화를 이루었을 뿐
정작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실천적 능력은 여전히 미성숙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음에도
그러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60년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서 우리가 어떤 미래를 한 번 그려볼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한국의 미래는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비록 규모에서는 세계 1등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리 사회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는 강건한 사회
이것이 우리가 추구했으면 하는 미래의 한국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와 같이 초고속 성장은 불가능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력을 구비하며
다른 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서 인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한 실력을 갖춘 강소국가 또는 강중국가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일류국가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강소국가라고 했더니 제 친구들이 너무 통이 작다고 해서 강중국가로 가자 그래서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나라가 현재 우리 눈에 강소국가 또는 강중국가로 보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저는 아일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소위 유럽모델이다, 스웨덴 모델이다, 네덜란드 모델이다 하는 용어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여기서 제가 아일랜드를 그냥 예를 드는 것은 아일랜드를 그대로 닮자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좋은 나라가 있다는 것을 그냥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서울대학교에 스웨덴 정권이 바뀌기 전에 국회의장단이 방문을 했습니다.
그 때 서울대 와서 서울대학교 강당 무대 위에서 스웨덴 국회가 움직인 모습을 보여주고
Q&A 세션이 있었는데 그 때 어떤 학생이 스웨덴 모델을 닮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냐 그랬더니
그 스웨덴 국회의장 하는 말이 ‘세계에서 카피할 모델은 하나도 없다.
카피할 만한 것도 없고 카피될 수 있는 것도 없다. 한국 모델을 만들라고 노력해라’
이런 말씀을 듣고 우리가 너무 외국 모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을 좀 해봤습니다만
여기서 그냥 아일랜드는 하나의 예로 드는 겁니다.
작년에 이코노미스트, 영국에서 나온 이코노미스트지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뽑혔던
그 아일랜드가 바로 대표적인 강소국인데 아일랜드는 우리 여기 강 박사님도 계십니다만
저희가 대학 다닐 때 한글로 된 경제원론책에도 그렇고 영어로 된 경제원론책에도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의 예로 아일랜드가 꼽혔었습니다. 그야말로 감자만 먹고 사는 나라, 감자바위죠.
강원도에서 오신 분들 오해하지 마시고 아일랜드는 감자바위다.
그래서 수입, 살림이 좋아지면 가끔 밀도 먹는다. 이런다고 알려져 있었고 사실 20년 전만 해도
나라가 이리저리 분열되고 경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라가 이리저리 분열돼서
굉장히 어려운 나라였었는데 그 때 80년대 중반에
그야말로 여러 가지 차원에서의 사회협약이 이루어진 후 IT라든가 이런 산업을 발전시켜서
오늘 한 4만 달러 정도의 1인당 소득을 올리고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러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던 척박한 아일랜드가 이렇게 강소국이 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질문을 던진 다음에
그 답을 이렇게 하데요.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인 사고방식. 일반 국민들이 그렇다는 뜻이죠.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인 사고방식 또 일관된 정책, 정부의 정책이 일관됐다는 말씀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 질문은 그들이 가진 실용적인 사고방식,
정권은 바뀌어도 한결 같은 정책을 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이건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인적자원에서 나오는 것이고
훌륭한 인적자원은 또한 말할 것도 없이 교육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또는 외국이 아일랜드 사람이나 아일랜드를 따라 한다면
역시 교육에 중점을 둬야 될 거다 이런 논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 한국이 추구하는 나라는,
한국이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그리고 외국하고 잘 살고 더 여유가 있으면 인류 평화에 좀 기여하고 이런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한국의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는데
그걸 우리가 유연하게 사고하고 일관된 정책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 교육이 이것을 현재 가능하게 해주냐?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교육이나 특히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되는데 한국 교육의 현실은 어떠냐하면
거의 모든 분들이 대개 한국교육은 부실하다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부실 그러면 저는 경제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기업이 생각이 납니다.
먼저 기업부실은 어떤 것인가 하면 기업의 생산과정에서 생산요소의 투입,
다시 말해서 input에 비해서 산출물, output의 질이 나빠서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가 이윤을 내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항상 적자를 보는 상태 이게 기업부실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교육 부실은 뭐냐 하게 되면 그 기업과 비교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교원, 교재 그리고 학교의 시설이 생산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을 들여서 만들어내는 인재,
인재가 좋으냐하면 인재가 아주 좋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교육은 부실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그것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건전한 가치관을 갖춘 인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다 하는 것이
한국교육의 부실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인재가 뭐냐 하는 질문도 할 수가 있겠는데 인재는 엘리트 즉 지도급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는 지도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죠. 현대 사회는 무수히 많은 직종과 직업이 있습니다.
나라가 잘 되자면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다양한 직급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야 될 것입니다.
맡은 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인재입니다.
은행원도 인재고 교사도 인재고 간호사도 청소부도 모두 다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런 인재는 어떤 그러니까 어떤 인재가 훌륭한 인재일까요?
그건 말할 것도 없이 경쟁력 또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재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 경쟁력은 또 뭐냐? 이건 이겁니다.
그것은 어떤 하나의 기술이나 단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제 필요했던 지식이나 기술이 오늘에는 이미 불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경쟁력이란 어려운 경우에 봉착해도 그것을 극복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능력이 경쟁력이고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고 또한 훌륭한 인재다 이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1970년대에 미국에서 대학원생으로도 있었고 또 교수도 했었습니다만
그 때 제가 배운 것은 대학개혁입니다.
대학원생 때는 그냥 대학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을 따름이고
교수할 때는 제가 직접 대학개혁 프로그램에 참여도 했었습니다.
그 때 미국의 대학개혁의 모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종전처럼 좁게 가르치고 응용별로 가르쳐주기보다는
넓게 가르치고 기초중심으로 가르치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세계가 테크놀로지 발달을 비롯해서 너무 많이 변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대학졸업 후 3, 4, 5년이면 다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에서 어떤 구체적인 지식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 대학개혁에 참여했는데 그 결과 1990년대 미국의 신경제,
뉴 이코노미는 1970년대 대학개혁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경제학적으로 경험적 인구가 많이 나왔습니다.
70년대의 대학개혁의 대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학생들이 90년대에 나이가 한 40대가 돼갖고
미국 경제의 주역이 돼서 한편으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미시적인 의미에서
이른바 수확체감의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거시적인 의미에서는 고도성장이 되면 물가가 불안하고 물가가 안정되면
실업이 많다고 하는 것이 통념이었습니다만 고도성장과 물가안정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미국 이코노미 개념이었습니다.
여러분들 어릴 때 다 배우셨겠습니다만 수확체감의 법칙 그리고 물가안정과 성장의 상충성
이런 것들이 1990년대 미국 경제에서는 마치 깨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고도성장과 물가안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생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생산비가 줄어드는 일을 경험했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2000년대 들어와서 이것이 어느 정도 깨졌습니다만
1990년대의 미국 역사상 최대의 호황이라고 하는 것은 1970년대 대학개혁 때문에 그렇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왔는데 거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중요한 거는
이제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씀이죠.
그러면 그 능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냐? 이걸 한 번 제가 여러분들하고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첫째는 튼튼한 신체입니다. 튼튼한 몸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물론 있지만 건강한 신체는 각자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1980년대 중반에 영국의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에 초빙교수로 가서 한 1년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희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학교 가서 뭐하냐고 봤더니 3가지 밖에 안한다는 거죠.
체육, 영어, 수학. 그래서 제가 학교가서 담임선생님을 한 번 만나봤습니다.
어떻게 3과목만 가르치느냐 그랬더니 우리는 영어시간에 다 가르친다.
영어에 사회도 가르치고 과학도 가르치고 시사도 가르치고 모든 걸 가르친다. 그래서 3과목이다.
그런데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체육이다.
매일 학교 가서 1시간 이상 크리켓 하고 나서 수학도 하고 영어도 하고 하는 걸 봤습니다만
여기는 체육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후로 귀국해서 우연히도 존 로크라고 하는 사람이 쓴 책을 한 번 읽어봤습니다.
1690년대 나온 책인데 책 제목은 Some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입니다.
그러니까 교육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이라고 그럴까요? 교육에 대한 단상이라고 그럴까 하는데
거기 요지는 이것입니다. 교육은 우선 체육하고 그 다음에 시간 남으면 더 교육하고
그리고 또 시간이 남으면 체육도 하는 거다 하는데 우리는 체덕지인데
아니, 우리는 지덕치인데 영국은 체덕치란 말씀이죠. 이것이 각 급 학교에서 아주 철저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 때 윈저 공에 한 번 놀러갔다가 보니까 옆에 이튼칼리지라는 데가 있데요?
저희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교장선생님이 항상 '여러분들은 이튼 칼리지 학생처럼 되어야 됩니다.’
라는 거를 배웠던 기억이 나서 그 학교에 들어가 봤는데 2월 달인데 2월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다 반바지 입을 뿐만 아니라 한 구석에서 진흙 판에, 운동장에 진흙 판이라고 그럴까?
거기 학생들이 레슬링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저 반바지 입은 것만도 추울 텐데 거기서 옷 벗고 레슬링 어떻게 하나 물어봤더니
레슬링하면 따뜻해진다고 하는 걸 봤는데 체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제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영국의 19세기라는 게 빅토리아 시대 아닙니까?
그 때 영국의 역사에서 가장 좋을 때가 빅토리아 시대인데 빅토리아 시대의 수상이라든지 장관들은
아주 체격이 장대했다는 연구를 한 번 봤습니다.
체격이 좋아야 잘 된다 이런 건데 우리 이세웅 이사장님 정도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요새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좀 더 체력에 관심을 뒀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학자가 됐을 거고
지난 4년 동안에 서울대학 총장 일을 훨씬 더 잘 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튼 제일 중요한, 아까 그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능력 중에 제일 중요한 거는 튼튼한 신체다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둘째는 어려움을 극복해서, 어려움을 당할 때 그것을 극복해서 전화위복을 일구어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 인내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하면 전화위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환경을 많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인내성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고 셋째는 다른 사람 또는 다른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
또는 응용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생소한 사람과 대할 때 또는 생소한 문화에 접할 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과
자기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설득력 이것이란 말씀이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영어, 조기 영어교육까지 해가면서 영어를 강조하는데
그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외국에 나가서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겁니다.
다른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 영어는 잘 하지만 이거 부족한 사람도 많고 영어는 좀 못하지만
적응력은 굉장한 사람들도 많은데 영어도 잘하고 적응력도 좋고 그러면 제일 좋겠지만
만약에 둘 중에 하나 좀 고르라고 그러면 영어는 좀 못해도 적응력이 강한 사람을 저는 고르겠습니다.
그 다음에 넷째는 어떠한 시대가 와도 창조적으로 자기 방향을 찾아내고
자기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진취성과 창조력 이것이 오늘날에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자기와 사물을 객관적 대국적으로 보고 항심과 지혜를 가지고 살 수 있는 지력이
사실 아까 체덕지에서 체부터 시작해서 두 덕 그 다음에 세 번째 지 이렇게 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러니까 첫째는 튼튼한 신체고 둘째는 강한 정신력이고 셋째는 적응력이고 넷째는 창조력이고
다섯 번째는 지력인데 이런 것들을 잘 갖춘 사람이
급변하는 사회에 잘 대처하는 사람이고 훌륭한 인재다 이런 말씀입니다.
그러면 이거는 언제 길러내는 것이냐? 이런 소양은 언제 길러야 되냐?
그건 무엇보다도 가정교육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에 유치원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체 건강하고 예의와 인내성 그리고 공평과 절제를 생활하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키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거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총장 할 때 이런 걸 다 키우지 못한 사람들 어떻게 할 것이냐?
그래서 대학에서 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자 해서 서울대학에서 기초교육을 굉장히 강조하다 보니까
어떤 기업체 있는 사람이 저한테 질문하기를 서울 공대 나와 가지고서 아무를 쓸데없는 사람이 많은데
대학에서 제대로 사회에 쓸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 달라 이런 주문을 하는 분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그 분한테 그랬습니다.
그거는 어디 다른 조그만 대학가서 맞춤형 인재를 키워달라고 하시고
우리 대학은 그런 걸 기대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제가 그런 기업인도 있지만
여러 다른 기업인은 또 다른 생각도 하시는 거를 봤습니다.
오늘 제가 써온 거를 읽어드린다면 사려 깊은 기업 경영인들에게 직접 들어보았더니
실용적인 지식이나 기술 자체보다는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 변화에 적응하고
평생 동안 학습할 수 있는 능력,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건강한 시민의식,
남을 배려하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인간적 품성, 세계를 보는 폭넓은 시야 등을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글로벌 인재라고 일컫는다면
이것은 반드시 외국어를 잘하거나 다른 나라 문화에 그냥 익숙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 가서도 외국어를 잘 하면 더 좋지만 외국어를 못한다 할지라도
현지인들과 잘 적응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건 바로 세계 공동체는
즉 상식과 교양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이를 말한다 이렇게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 처음 뭐를 하면 좋겠냐 그래서 제가 강조한 것이 국어입니다.
여러분들 아마 웃으실지 모르시겠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국어 다 공부해갔는데 서울대학교에서 새삼 국어
또 가르치겠냐고 그러시지만 참으로 국어가 약합니다.
그런데 국어는 중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건 말할 것도 없이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고
적절한 어휘를 골라서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해서 남을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
저는 이것이 모든 교육의 근본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잘 배워야 되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잘못 배워 와서 이걸 보충하려고 정말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래서 4년 전에 영어, 대학영어, 대학수학 책도 완전히 개편했지만 대학국어책을 완전히 개편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도 유용한 대학국어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좋은 국어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국어가 중요하느냐하면
제가 딱히 새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말의 매개를 통하지 않고는 사고를 할 수가 없고
또 사고를 할 수가 없으면 사상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사상이 없으면 문화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이라고 하는 것은 문화를 만들어내는 도구상자와 같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집을 짓자면 건축도구에 상자 속에 다양한 도구가 차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같은 이치로 좋은 사상을 만들어내자면 말의 상자 속에 좋고 다양한 말이 가득 차 있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쓰는 말이 빈약하다는 것은 생각이 빈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생각이 빈약한 민족은 풍부한 문화를 창조할 수 없습니다.
글을 똑바로 쓰지 못하는 사람의 머리에는 논리가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게 이제 처음에 국어를 강조해야 되는 것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거는 제가 보기에는 아까 네 번째로
창조력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제는 창조력이 강조되어야, 가장 강조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께서 이제는 한 사람이 5만 명, 10만 명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이게 정말 중요한데 그러자면 이 창조력을 키우는 또는 창의성을 발휘시켜주는 일들이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 저는 이 다양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도 그렇지만 특히 대학이 다양해야 하는데 여기서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활동의 장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학생들도 다양하게 구성되도록 하고 교수도 다양하게 구성되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죠.
종전처럼 그저 모든 것을 다 골고루 잘하는 사람을 뽑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
서울대학교 관건은 입시 제도를 바꿔가지고 지역균형 선발도 했고 특기자 선발도 하고
각각 3분에 1씩 하고 나머지 3분에 1은 종전처럼 골고루 잘하는 사람 뽑자는 것이죠.
그래서 학생을 이렇게 다양화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다양화뿐이 아니라
외국어 학생을 많이 데려온다 하는 것이죠.
아까 말씀드린 지역균형 선발은 지역으로부터 골고루 들어오게 하고 외국어 학생을 많이 초빙했습니다.
그래서 5-600명밖에 안되던 외국 학생이 이제 1300-1400명 됐는데 아주 작은 겁니다.
외국의 일류 대학들이 꽤 하는 외국 학생의 비율은 10% 이상인데
우리는 이제야 겨우 4-5% 밖에 안돼서 이걸 좀 더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고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 교수 많이 초빙하고 남자교수뿐이 아니라 여자교수도 많이 모시고
서울대학 출신 교수만 뽑을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 출신 교수도 많이 뽑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3분에 1법칙이라고 해갖고
교수 3명 뽑을 때 1명은 타교 출신 뽑는 것을 룰로 만들어놨습니다.
이것은 구성원의 다양화고 그 다음에 이 사람들의 활동의 장의 다양화를 꾀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우리가 외국으로 학생과 교수를 많이 보내고
또 외국에서 학생과 교수를 많이 초빙하고 이런 식의 노력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건 왜 그러느냐하면 구성원이 다양해야 여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면
아무래도 간접경험이 많아지고 간접경험이 많아지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게 다양화를 추구하는 커다란 목적이고 이렇게 하게 되면 이게 충분조건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아까 5가지 특색을 키우기 위해서 저는 이제 어릴 때부터 키워야 되지만
대학에서 이걸 또 하려면 아무래도 대학의 숫자를 줄여야 되겠다 해서 아주 슬림화를 추구했습니다.
한때는 80년대 초반에는 서울대학교 학생을 6500명 뽑은 적이 있는데 제가 취임해보니까 4천명
예전에 뽑은 것을 3200명으로 줄여버렸습니다.
아직도 더 줄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 배짱으로는 더 줄일 수가 없어서 3200명으로 줄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저항이 있었죠.
이 학생의 수를 과의 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굉장히 어려웠지만 4천에서 3200으로 줄였는데
3200 갖고도 잘 안됩니다.
더 창조적인 학교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자면 종래의 전주에서 그치지 않고 지식을 창출해야 되는데
학생이 많으면 지식의 전수도 잘 안 되는 거고 지식창출은 물론 안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아마 이런 말씀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의 동부지역에는 아주 유대인들하고 한국인들이 가장 극성스럽게 살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극성스럽게 자녀교육을 하고 있는데 유대인 어머니나 한국인 어머니나 공통점이 있다면
극성점이 공통점인데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커다란 차이점이 뭐냐 하면 한국인 부모들은 애들이 학교 갔다 오면 ‘너 오늘 선생님 질문에 몇 개 답했어?’
이게 한국인 부모들의 질문이고 유대인 부모들의 질문은 ‘너 학교에서 질문 몇 개 했어?’
이게 양자의 차이라고 들었는데 학생이 이렇게 많아가지고서는 질문에 답하는 건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질문할 기회가 생길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이 학생을 줄였는데 이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것도 아까 네 번째 창조적 마인드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고 지금도 새 총장께서 이거를 위해서 노력을 계속 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노력만으로 안 되고
사회에서 많이 도와줘야 됩니다.
적어도 2가지, 3가지 면에서 도와줘야 되는데 하나는 학부모들이 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학부모들이 교육을 출세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재를 만들어내는
그것으로 생각해야 된다는 말씀이죠.
그래서 평소에 학부모들이 자식들한테 좋은 모범을 보여주면서 아까 말씀드린 5가지 attribute를 키우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제가 전철을 자주 탑니다만 전철을 타면 거기 어른들의 대화의 키워드는 둘 밖에 없어요.
하나는 평이고 하나는 등입니다.
평은 뭐냐 하면 ‘요새 35평에서 42평으로 가는 게 참 좋던데’ 이게 평이고
또 하나는 ‘우리 애 그렇게 노력했는데 5등에서 3등으로 밖에 못 올라갔어.’ 이 평하고 등 매일 그거,
거의 뭐 예외가 없습니다.
이래갖고는 제가 보기엔 학생들한테 좋은 모범을 보이기가 힘들고 학생들이 자녀들이 뭘 꾀하겠습니까?
1등을 바라보고 60평을 바라보고 할 텐데 이거는 아까 말씀드린 5가지 attribute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거고 두 번째는 여러 가지 규제가 대학이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대학 정원 줄이는 것도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 되고 대학구성원의 다양화나
활동의 장의 다양화에 관계된 것도 모두 다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 이제는 초중 고등학교는 모르지만
대학에 대해서는 좀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지원해주고
감사만 하고 대학에서부터 손을 떼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회에서 이런 저런 투자, 정부로부터의 투자,
또 개인으로부터의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가 바뀌어서 정부나 회사로부터의 기여는 점점 줄어들고 개인이 기여를 해야 되는데
미국의 경우는 학교 대학의 기부금이 5%는 회사에서 하고 95%는 개인으로부터 오는데
한국은 그 반대입니다. 95%는 회사로부터 오고 5%는 개인으로부터 옵니다.
그래서 대학을 좀 더 사랑하는 국민들이 늘어야 되지 않냐 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준비해온 게 많지 않아서 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냐?
지속적 성장, 성숙한 민주주의 그 다음에 문화가 좀 발달하고 외국과 잘 살고
인류평화에 기여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자면 유연한 사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합니다만 논리에 좀 비약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기는 몰라도
적어도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교육을 잘해야 되는데
교육은 현재 부실하다고 그럽니다만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될 텐데
그 훌륭한 인재라고 하는 것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신체 튼튼하고 전화위복할 수 있고
어디 가서 잘 적응하고 창조적이고 또 그 외에 전문지식이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위해서 적어도 대학에서 초중고 때부터 그렇게 해야 되지만
그것이 부족하다면 대학에서라도 기초를 튼튼히 해야 되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국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말씀드리고
또 그 다음 보태서 사실 슬림화라든지 다양화 이런 게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 그리고 사회에서 규제를 하는 것도 좀 사랑으로 대학을 대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여러분들 지루하실 것 같아서 제 말씀은 그 정도로 줄이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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